저는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최대한 가슴 속으로 삭히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비난을 하거나 화를 내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언쟁이 높아지거나 다툼이 발생하는 상황 또한 싫어합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어느샌가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목격하게 됩니다. 처음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맞벌이를 하는 저희 부부는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께 아이를 맡겼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해에 큰 결심을 하고 데리고 왔고, 어느 덧 2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어리기도 하고, 마냥 귀여운 터라 화낼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육아가 일상이 되고, 회사와 육아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샌가 아이는 익숙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이가 익숙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 이상하다기 보다는, 아이에게 많은 생각(고민) 없이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에 당황스럽습니다.
매번 화를 내고 나서는 후회를 합니다. 자립 능력이 없는 아이 입장에서 부모의 존재는 절대적인 일 텐데, 이를 알면서도 화내는 모습에(어차피 너는 나를 떠날 수 없어?) 가끔은 내가 한없이 미워지기도 합니다. 화내는 아빠 옆에서 난처해 하면서도, 다른 공간으로는 갈 수 없어(겁나고 무서워서) 낙심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정말이지 괴롭습니다.
어제는 출근 스트레스에 주말동안 쌓인 육아 스트레스까지 더해져서 더욱 별것 아닌 상황에도 화를 냈던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아끼도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왜 매번 삐뚤어지게 행동을 하게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은데(친구가 생기고 사춘기가 되면 부모는 후순위로 밀려났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내가 밉기도 합니다.
오늘은 기분이 울적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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